호남 중진들 '대선보다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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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의 동요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균환(鄭均桓)·박상천(朴相千)·이협(李協)최고위원의 동반 탈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화갑(韓和甲)대표의 노무현(盧武鉉)후보 비난 강도도 높아진다. 한광옥(韓光玉)최고위원은 탈당과는 선을 긋고 있지만 盧후보를 적극 돕는 분위기도 아니다.

이들 5인은 호남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당을 이끄는 지도부다. 이 때문에 이들이 盧후보를 떠날 경우 민주당은 붕괴 국면에 처할 수도 있다.

朴위원은 "盧후보는 계급정당을 지향하는데 민주당은 중도개혁 국민정당"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국민통합21의 정몽준(鄭夢準)후보에게서 당 대표직을 제의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측근들 사이에선 "후단협과 연대해 집단으로 통합21에 합류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鄭위원 주변에선 민주당을 허물고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鄭위원이 운영해온 중도개혁포럼의 핵심 멤버였던 유용태·김영배·송석찬 의원 등의 탈당도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최근 신당 구상을 가다듬고 있는 이인제(李仁濟)의원과 鄭위원이 수시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반탈당설까지 나온다. 韓대표의 盧후보 공격이 신랄해지는 것도 심상치 않다. 韓대표의 측근은 "동교동계 출신인 韓대표로선 탈(脫)DJ 색채를 강화하고 있는 盧후보를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 호남 중진의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선 "DJ 이후 호남 패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대선 이후 주도권을 잡아 2004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각자 뛰고 있다는 것이다. 동교동계 내부에서도 "호남에서의 DJ 영향력이 줄수록 중진들 간의 다툼은 거칠어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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