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년 '타살' 누가 왜 죽였을까"정신이상자 우발 범행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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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누가, 왜 죽였을까-.

경북대 법의학팀이 개구리 소년들의 사망원인을 타살로 잠정 결론지음에 따라 범인과 범행동기를 밝혀내는 것이 숙제로 다시 떠올랐다. 경찰은 지금까지 '저체온에 의한 사망'과 함께 타살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해왔으나 뚜렷한 혐의점은 밝혀내지 못했었다.

◇의문의 죽음=법의학팀은 우철원군 등 3명의 두개골에서 발견된 '흉기에 찍힌 흔적'등을 분석한 결과 실종 당시 타살된 것으로 보인다는 잠정 결론을 발표했다. 하지만 누가 왜 죽였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게 된다.

수사본부는 당초 저체온사가 사인이라고 발표했으나, 앞으로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전면 재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수사본부 측은 우선 정신이상자 등에 의한 우발적인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개골이 송곳 등 쇠꼬챙이나 드라이버 등으로 찍힌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의학팀의 소견인 데다 개구리소년들이 타살당할 뚜렷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철원군 등의 두개골에 난 무수한 흉기 자국은 정상적인 사람의 소행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점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산에서 개구리 잡이를 하던 소년들이 인근 불량배들과 시비 끝에 구타를 당한 뒤 흉기로 살해됐을 것이란 추정도 있다. 이들이 개구리를 잡으러 갔던 선원지 인근에는 평소 불량배가 많았다는 주민들의 진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구리소년들의 유해 발견 지점 일대에서 토끼·고라니 등을 잡기 위한 덫이 여러 개 발견됐고 밀렵꾼이 드나들었다는 주민들의 증언 등을 감안할 때 엽총 등 총기에 의해 숨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종 당일 인근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던 낚시꾼 6∼7명과 등산객들도 수사선상에 다시 오르게 됐다.

◇수사 방향=경찰은 법의학팀이 사망원인을 '타살'로 잠정 결론을 냄에 따라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실종 당시 사고현장 인근에 살던 정신이상자, 유골이 발견된 서촌마을 주민과 불량배, 낚시꾼과 와룡산을 드나들었던 사냥꾼 등에 대해 광범위한 탐문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저체온사와 군부대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에 힘을 쏟아왔지만 앞으로는 타살에 초점을 맞춰 단서를 확보해 갈 계획이다.

법의학팀은 "이들의 두개골에서 금속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수사팀은 총기에 의한 타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소년들의 유골 발견 하루 전날 모 일간지에 제보를 했다가 정신이상자로 판명된 40대 남자의 사건 연관성에 대해서도 다시 조사를 하기로 했다. 수사본부의 조두원 수사과장은 "법의학팀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결론을 낸 만큼 타살 가능성을 집중 조사하겠다"면서 "탐문 수사를 하다 보면 단서가 잡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개요=대구 성서초등학교에 다니던 '개구리 소년'들은 1991년 3월 26일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와룡산 골짜기로 들어간 뒤 행방불명됐으며 경찰은 지난해까지 특별수사본부를 편성, 수색작업 등을 벌여왔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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