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첫판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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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지막 보루 조훈현9단이 중국의 신예 강호 왕위후이(王煜輝)7단을 불계로 격파하고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첫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조9단은 12일 유성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벌어진 7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3번기 첫판에서 중국의 王7단을 중반부터 맹공한 끝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마를 포획하는 KO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중국 기사끼리 맞붙은 또 한판의 준결승전에선 중국 랭킹 1위 왕레이(王磊)8단이 '떠오르는 별' 후야오위(胡耀宇)7단을 힘겹게 제압하고 1승을 챙겼다. 왕레이8단은 중반까지 후야오위에게 밀려 고전하는 분위기였으나 초읽기에 몰린 후야오위를 후반에 따라잡고 2백60수 만에 흑 4집반승을 거뒀다.

올해 삼성화재배는 중국 바둑이 예선전부터 초강세를 보인 가운데 준결승에 세명이나 올라 어느 때보다 우승에의 꿈이 부풀어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세계무대에서 '17연속 우승'이란 대기록을 이어온 한국 바둑이 모처럼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장 조훈현9단은 8강전에서 드라마처럼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한 뒤 이날 준결승전에서도 과감한 대마 공격으로 승리를 따내는 등 세계 바둑사 초유의 기록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투혼 넘치는 명승부를 펼치고 있다.

중앙일보사가 주최하는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2국은 13일, 1대1이 될 경우 3국은 15일 속개된다.

<하이라이트> 포석단계에서 흑을 쥔 조훈현 9단이 하변에 모양을 펼쳤으나 삭감해온 백에게 빵따냄을 허용, 불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오고가며 초반전이 시작됐다. 조9단은 그러나 교묘한 흔들기로 상변에서 전투의 단서를 잡은 뒤 5의 모자공격으로 상변 대마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다음 27로 방향을 틀어 빵따냄을 한 백들을 통째 공격한 것이 백의 명맥을 끊는 강타였다. 왕위후이 7단이 아래쪽 백을 간신히 살려냈으나 조9단은 보류해 두었던 위쪽 대마를 향해 다시금 포화를 집중해 모조리 함몰시키는데 성공했다. 169수, 흑 불계승.

대전=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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