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채율 美·日보다 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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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제조업체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3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미국·일본보다도 낮아졌다.

또 국내 제조업체들은 올 상반기에 1천원어치를 팔아 73원을 남겨 1989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좋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02년 상반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제조업체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1백35.6%로 지난해 말보다 46.6%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 제조업체의 평균 부채비율(1백62.1%)보다 낮은 것이다.

일본의 최근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00년 말의 경우 1백59.7%를 기록했다.

한은은 옛 대우그룹 계열사인 대우자동차·대우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전체 제조업의 부채비율이 31.9%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들이 올 상반기에 대우자동차의 빚을 대폭 탕감해 준 데다 대우중공업이 조선해양과 종합기계부문을 분사시키고 청산될 예정이어서 이번부터 통계작성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돈을 빌려 투자하기보다 갚는데 열중한 것도 부채비율이 낮아진 원인으로 꼽혔다.

한은 정창덕 기업경영분석팀장은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은 재무구조가 탄탄해졌다는 뜻이지만 투자를 안했다는 얘기도 된다"며 "꼭 필요한 설비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조선·운송장비를 제외한 전 업종이 2백% 이하의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다만 부채비율이 5백%를 넘거나 자본을 까먹은 업체의 숫자가 전체의 12.9%로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0.9%포인트 늘어나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기업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한편 제조업체들의 올 상반기 매출액에서 경상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7.3%로 전년 동기(3.7%)의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매출액은 3.9% 늘어난데 그쳐 전년 동기(3.3%)와 비슷했다. 기업 매출액은 그다지 늘지 않았지만 저금리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의미다.

영업활동에서 번 돈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기업은 25.5%로 전년 동기(26.6%)에 비해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조성종 경제통계국장은 "기업들의 수익성이 대체로 좋아진 데는 금리·환율 하락과 원자재값 상승 등 외부적인 영향이 컸다"며 "외부 환경이 다시 나빠질 것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경영혁신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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