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강 우 석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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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인재가 많이 나와 제가 국내 영화계에서 무용지물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충무로의 제왕'으로 불리는 강우석(43·사진)감독의 말에는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이 짙게 배어 있다.

姜감독은 한국 영화의 발전이 유일한 꿈이라고 강조해왔다. 지난 9월 '강우석 필름 아카데미'를 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매해 5억원의 돈을 들여 무료로 학생들을 가르치기로 했다. 스스로 무용지물이 되기 위해 돈을 쏟아붓는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그는 한국 영화의 부흥이라는 목표를 향해 뛰었다. 영화는 냉혹하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확실한 상업성만이 한국 영화의 살 길이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는 시네마 서비스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1993년 당시 역대 최대 히트작으로 기록된 영화 '투캅스'에서 번 돈을 종자돈으로 기획과 배급 사업에 뛰어들었다.

"세계적으로 할리우드에 맞선다는 것은 망상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아시아에서만큼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1차 목표는 국내 영화시장을 지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선 기획과 배급이 제작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상업성을 기치로 내건 그의 최종 목표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세우는 것이다.

그는 이 최종 목표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다. 지난 5월 로커스 홀딩스와의 합병으로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를 출범했고 복합상영관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투자·제작·배급·상영을 총괄하는 복합 영상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여기에 게임과 캐릭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함으로써 구조로만 보면 할리우드의 웬만한 영화사 못지 않다. 설립 첫해 1백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올 들어 그는 회사의 모든 직함을 버리고 본업으로 돌아갔다. 4년 만에 확성기를 다시 들고 만든 영화가 바로 '공공의 적'이다. 그는 이 영화로 다시 대박을 치며 흥행 제조기의 면모를 발휘했다.

姜감독은 인터뷰를 마치며 최근 국내 영화의 제작비 급증 추세에 일침을 가했다.

"돈만 많이 쓴다고 영화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꾸로 말하면 기획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말도 되지요. 이제 한국 영화계는 예산을 넘지 않는 규모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획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글=이재광, 사진=김태성 기자

imi@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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