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호주 미용대회 첫 동양인 챔피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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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02 전(全)호주 미용대회 '올해의 챔피언'-미나 림, 커트 부문 전국 1위 미나 림, 파티 헤어 전국 2위 미나 림.

호주의 명문 미용학교인 피버 포인트 헤어디자인대 홍보물의 첫 머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한국인 임미라(林美羅·29)씨. 그는 지난 9월 호주 전지역에서 선발된 6백50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동양인 최초로 전국 챔피언이 됐다.

"대회가 생긴 지 33년 만에 처음이라더군요. 프로 헤어 디자이너 아닌 재학생이 챔피언으로 뽑힌 것도 처음이고요." 자신이 지난달 졸업한 피버 포인트대를 홍보하기 위해 서울에 온 林씨의 얼굴은 자신감과 기쁨으로 가득했다.

"헤어쇼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요. 내년 초부터는 피버 포인트대에서 교수직을 맡게 됐고요.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제가 가르치는 입장이 됐네요."

그는 스물일곱살에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2년 과정을 1년3개월 만에 끝낸 林씨에게도 유학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서울 명동·압구정동의 유명 미용실에서 8년간 경력을 쌓은 그도 호주에선 학생일 뿐이었다. 한국인과는 전혀 다른 외모·모질(毛質)·취향을 가진 호주인에게 가장 잘맞는 헤어 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그는 텔레비전과 잡지를 밤새도록 들여다보고 길거리를 헤매며 사람들을 관찰했다.

대회 준비도 쉽지 않았다. 그는 전문 모델을 고용할 만한 형편이 못됐다. 그래서 백화점 속옷 코너에서 쇼핑하던 고교생에게 자신의 옷 중 제일 야한 것을 입혀 대회 모델로 세웠다.

호주 유학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林씨와 함께 방한한 루스 브라운 피버 포인트대 학장은 "미나는 모든 학생들의 귀감"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처럼 열정적인 학생은 평생 처음 봤어요. 호주는 전문 헤어 디자이너층이 탄탄하기 때문에 학생이 대회 챔피언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죠."

林씨는 "이젠 '최고의 학생'에서 '최고의 헤어 강사'로 변신하고 싶다"며 최근 수능시험을 본 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저도 고등학교 때는 공부가 최고이고 대학에 못가면 큰일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3학년 2학기 때 이 일이 정말 하고 싶어서 다짜고짜 집 근처 미용실을 찾아 아무 일이든 시켜달라고 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무엇이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해 꿈을 이루세요."

글=구희령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idi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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