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와 함께 오염 감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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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다국적 화학전문 기업인 한국바스프(BASF)는 지난 3월부터 공장에서 환경 안전을 자체 감시하는 환경안전협의회(CAP)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쉬운 업종의 회사가 직접 나서서 지역사회 인사들과 환경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협의회의 출범 동기는 2001년 이 회사가 연산 14만t 규모의 공장을 여수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자 여수시민환경단체가 환경 안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독일 바스프 본사는 여수공장 준공에 따른 환경 안전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와 바스프의 신뢰관계를 맺기 위해 이미 다른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CAP제도를 제안하게 됐다.

CAP 출범에 앞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지역 유력 인사들을 위원으로 대거 참여토록 설득하는 일이었다. 지역사회의 유지들은 자칫 CAP가 바스프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회사 측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입어 환경안전분야의 전문가·대학교수·의사 등 여수 지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10여명이 제1기 창립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평균 한달에 한번꼴로 모임을 열고 현장 견학에 나서 공장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누구나 막연히 불안해 하기 쉬운 화학 공장의 위험 물질 처리공정을 직접 눈으로 살피며 환경감시의 파수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의 환경안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정기 소식지인 '환경사랑 안전사랑'을 발간하고 있다. 이 소식지는 환경안전에 대한 전문적인 활동사항과 더불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용도를 자세히 설명해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 CAP는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와 화학 기업 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전개돼야 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

여수공장 유종천 이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회사의 환경 관리를 투명하게 보여주고 열린 대화를 지속해 나간다면 공장에 대한 우려와 오해는 불식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권하 기자

khyo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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