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제도권'증권사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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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최근 3년간 '솔론'이라는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에서 종목추천 등의 글을 썼던 金모(27)씨는 이달 초 공채를 통해 동원증권에 입사했다. 그가 '제도권'행을 결심한 것은 '제대로 된 영업 기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 때문.

메리츠증권 인천지점의 朴모 대리는 입사 전 팍스넷 사이트에서 '샤프 슈터'라는 필명으로 전략론을 연재했다.

그러다 '질서가 없는 사이버 세계보다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곳이 낫다'는 생각에 지난 8월 스스로 지점을 찾아가 입사 신청을 했다. '인천여우' '선우선생' 등의 이름으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했던 사이버 애널리스트 두명도 지난 7월 초 신흥증권에 둥지를 틀었다.

최근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이 잇따라 증권사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제법 인기를 얻으며 '700 전화정보 서비스' 등으로 재미를 보던 이들이 발길을 옮기는 건 본 무대에서 진검승부를 벌여봐야 제대로 된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지난해 여름 고수로 통하던 사이버 애널리스트 1세대 강동진(필명 스티브)씨가 리딩투자증권으로 옮긴 뒤 이들의 이동이 부쩍 잦아졌다.

팍스넷에서 '을지문덕'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다 올 초 교보증권에 차장으로 입사했던 함민석(현재 동여의도지점장)씨는 제대로 된 투자자 교육을 해보겠다며 제도권에 들어온 경우다.

그는 "인터넷정보업·700서비스·투자자 교육 등은 사실 증권사가 서비스 차원에서 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하다 보니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성행하듯 투자자들이 비제도권인 사이버 공간을 선호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사이버 애널리스트를 따르던 팬을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조만간 두명을 더 영입할 계획이다. 이 증권사의 김관일 상무는 "회사는 수익을 더 내고, 이들은 제도권 안에서 보호를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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