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인력난 사상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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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경기도 성남 공단에 있는 콘덴서 제조업체 삼양전자 공장에선 하루 2∼3대의 기계 앞에 '인력 부족'이라는 표지판이 걸린다. 기계가 가동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지만 원하는 인력을 뽑지 못한 애절함이 배어 있다.

이 회사는 12일 생산직 직원 채용 면접시험을 본다. 대기업 취업 경쟁률이 1백대 1을 넘고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도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수천명이 몰려들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날 면접시험 예정자는 15명. 28명을 채용한다고 공고를 냈지만 13명이나 모자라고 그나마 모두 응시할지가 고민이다.

이 회사 윤재명 인사과장은 "6개월이 넘도록 매달 채용공고를 내도 생산직에 지원하는 사람은 드물고 뽑아놔도 힘들다고 곧 사표를 내는 사람이 많아 항상 10% 정도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월 4천만개 정도의 콘덴서 생산차질이 빚어져 매월 수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의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태양테크는 기술인력 7명 정도가 필요하지만 1년반이 넘도록 마음에 드는 인력을 한명도 뽑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사상 최악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극심한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smba. go. kr)과 산업연구원이 최근 전국의 종업원수 5∼3백명 규모의 8천4백6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력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은 지난해의 두배가 넘는 9.36%를 기록했다. 전국적으로는 12만개 중소기업에서 20만여명의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생산직 인력의 경우 올해 15만6천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4만7천여명)의 세배를 넘는 규모다.

직종별 부족률을 보면 제조업의 경우 단순노무직(11.55%)과 기술전문직(9.31%)이 심각했고, 서비스직(3.01%)과 사무관리직(4.14%)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서비스업종은 판매관리(11.98%) 직종의 부족률이 가장 높았으며, 사무관리와 서비스직은 3%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편한 직업만 선호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인들은 이처럼 인력난이 가중되는 것은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사회풍조(33.7%)▶낮은 임금(25.4%)▶열악한 작업환경(13.3%)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 양동현 박사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한 자금지원 방식이 아니라 종업원 고용조건 개선방향으로 바뀌어 예비 취업자들에게 중소기업 취업 동기를 부여해야 하며, 인력정책도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기업체가 원하는 인력이 배출되도록 대학교육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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