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세 철인… "꼴찌라도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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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40명 중 40위. 꼴찌로 들어오면서도 그는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소프트볼과 함께 이번 대회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가 열린 10일 제주 이호 해수욕장. 수영(1.5㎞)과 사이클(40㎞), 그리고 장거리 달리기(10㎞)를 한꺼번에 소화해내야 하는 이 종목에 눈에 띄는 출전자가 있었다.

이 종목 최고령자로 참가, 험난한 코스를 당당히 완주한 재일동포 3세 최승일(일본명 야마모토 가쓰이·57·사진)씨였다.

높은 파도 때문에 수영 대신 5㎞ 달리기로 대체한 이날 경기에서 최씨는 순수 아마추어 선수 자격으로 2시간48분24초 만에 결승점을 통과, 만만치 않은 체력을 과시했다.

그가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 것은 8년 전. 3백m 정도만 걸어도 숨이 찰 만큼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자 조깅과 수영을 시작한 것이 계기였다. 이젠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20여회나 참가할 만큼 매니어가 됐다.

일주일 전 교통사고로 오른쪽 팔꿈치와 다리를 다쳤지만 진통제를 먹으면서까지 한국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차피 등수에 들 수도 없으면서도 왜 이토록 출전을 고집했을까.

"한국 땅을 밟으며 달리고 싶었어요. 전 한국인이니까요. "

그는 "일본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대회에 출전할 때도 한국인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4세인 그의 세 아들도 모두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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