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 문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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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후보 초청 TV토론이 다수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이 형편없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평균 시청률이 5.6%로 1997년 대선의 절반에 못 미친다. TV토론은 '미디어 선거'의 핵심 수단이다. 돈과 조직 동원의 폐단이 드러난 집회식 선거운동을 멀리하자고 해서 그 대안으로 등장했다. 후보의 정책과 자질·비전을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이처럼 낮은 시청률은 TV토론이 그 같은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후보선택의 창구로서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본다.

다수 국민은 왜 시큰둥한가. KBS·MBC·SBS의 후보 개별 토론회를 지켜보노라면 우선 유권자의 시선을 붙잡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한 TV에서 걸러진 쟁점을 다른 데서 물어볼 때 진전된 질문이 나와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다. 비슷한 질문과 유사한 답변이 수박 겉핥듯 반복되니 시청에 인내가 필요할 정도다.

쟁점을 교묘히 피해가는 후보들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 주요 책임은 프로그램 담당자와 패널리스트에게 있다. 날카로운 검증은커녕 질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일부 패널리스트의 역량 부족은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한다. 특정후보를 봐준다는 불공정 시비도 요인일 수 있다. 질문자에 따라, 방송사에 따라 후보의 선호도가 나타나선 시청자가 외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규모 집회식 선거운동이 밀려난 올 대선에서 TV토론은 후보와 유권자를 연결하는 독점적인 창구다. 그렇다면 TV 3사는 그런 결정적인 지위에 걸맞은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TV토론이 계속 외면당한다면 이달 말 법정 선거운동 중의 후보 합동토론회마저 걱정된다. 따라서 합동토론회 준비위원회는 패널·질문 의제 선정·토론방식에 대해 철저한 사전 점검과 짜임새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올 대선을 정책선거, 검증 선거로 이끌기 위해선 TV 3사의 분발이 절실하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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