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해결 '이라크 방식' 고려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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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 북한의 핵개발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미국의 방침을 설명하면서 '초기단계(initially)'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주변국들의 집단적 외교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우라늄 농축과 핵개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검토하게 될 다음 단계의 대책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중유·경수로 제공 완전 중단과 경제제재 강화라는 '중기단계'의 압박책을 거쳐 '후기단계'에서는 1994년처럼 북폭(北爆)을 고려하거나 아니면 유엔 결의안을 통한 무력사용 같은 이라크 해법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공화당 정권의 중간선거 압승 후 미국의 대외정책이 보다 강경하고 일방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속에서 나왔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의 이라크 결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초기단계'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북한은 이라크와 다르다"는 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자세히 재천명했다. "왜 다르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기 때문에 부시 발언의 무게중심은 이라크-북한 구별론에 있음이 분명하다.

같은 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무장해제를 촉구하면서도 "미국은 이라크와 북한의 무기위협을 똑같은 방식으로 다루고 있지 않으며 그 까닭은 미국의 대외정책이 모든 경우에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되는 '붕어빵 방식(cookie-cutter)'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의 구별론과 외교적 노력이 한계에 이르는 상황이다. 현재 북한은 핵폐기를 거부하며 선(先)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핵폐기 없이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평행선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당장 이달과 다음달분 대북 중유지원 문제가 있다.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내년도 중유예산을 승인할지도 민감한 사항이다.

중유나 경수로가 중단되면 북한이 핵개발을 가속화하거나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이 구상하는 '다음 단계'는 그때 가야 드러날 것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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