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한때 외부영입 고려 검찰 저항에 내부 승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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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일 단행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인사는 '국민의 정부'가 보유한 인재풀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임 심상명(沈相明)법무부장관과 김각영(金珏泳)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무난한 인물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검찰청사 안에서 조사받던 피의자가 수사관들의 구타로 사망하고, 그로 인해 법무부장관과 총장이 한꺼번에 옷을 벗는 초유의 사태를 추스르면서 새로운 검찰상을 세워나가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초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재임기간 중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인사를 통해 강력한 개혁성향의 인사들을 중용, 검찰 조직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 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金대통령 스스로가 검찰 조직을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金대통령은 "통탄할 일이며 검찰이 그동안 바로 서왔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검찰은 구구한 변명이나 집단이기주의를 버리고 검찰 스스로 철저히 반성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金대통령의 이같은 비판은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과 이명재(李明載)검찰총장이 사의를 표시한 직후 나온 것이다.

청와대는 또 이번에는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모두 호남 인사를 배제하려고 했었다. 대선을 앞둔 마당에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에 대해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박지원(朴智元)청와대 비서실장은 박순용(朴舜用)전 검찰총장 등 영남출신 인사들을 법무부장관 후보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4개월짜리 법무부장관'직을 고사했고 이로 인해 비호남 원칙은 깨졌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인권 변호사 등 외부 인사를 임명해 검찰 조직에 충격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검찰 내부에서 "가뜩이나 검찰 조직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더 이상 흔들면 안된다"는 저항이 강력해 결국 내부승진으로 귀결됐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인사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신임 沈장관과 김학재(金鶴在)대검 차장이 모두 호남 출신임을 들어 선거 중립이 지켜질지 의심스럽다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

김종혁 기자

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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