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우려 속'경제 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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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0.5%포인트나 낮춘 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금리인하는 당연히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예상보다 큰 폭의 인하에 대해 상당수 투자자들이 FRB가 그만큼 경기상황을 어둡게 보는 것이 아니냐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뉴욕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한 끝에 1% 남짓 상승으로 마감하긴 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경제 살아나나=지난 3분기 성장률은 3.1%로 나쁜 편이 아니었으나 4분기엔 다시 1%선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최근 제기됐다. 연방기금 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낮춘 것이 그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경기 재하강)에는 빠지지 않는다 해도 회복 속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것을 FRB가 공식으로 인정한 셈이다.

올 들어 FRB나 백악관은 지난해의 금리인하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라며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어긋나자 뒤늦게 추가 인하에 나선 것. 그동안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소비지출도 주가하락과 누적되는 실업자로 인해 위축세를 보이고, 주택 경기도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급관리연구소(ISM)의 제조업지수는 9, 10월 두달 연속 경기 후퇴를 의미하는 50 아래에 머물렀다. 전문가 중에는 큰 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당장 뚜렷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 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이 계속 경제를 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갑자기 소비를 자극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이다.

또 그동안 금리인하를 반대해온 이들은 지금 미국 경제가 금리 때문에 애로를 겪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 부진은 과거의 과잉투자 후유증이 지속된 결과이지 금리가 높은 탓은 아니라는 얘기다.

◇디플레이션 논란 가열될 듯=올 가을 들어 미국도 일본과 유사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왔다. 디플레는 물가하락 속에 경기가 후퇴하는 경제의 난치병이다. 지난해 11차례에 걸쳐 6.5%였던 금리를 1.75%로 낮추었으나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은 것이나 40년 만의 최저 금리를 유지해도 물가 걱정이 없다는 것이 그런 우려를 더한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6일 FRB가 내부적으론 디플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리치먼드 연방은행의 앨 브러더스 총재는 디플레 조짐이 아직 손에 잡히진 않지만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경제상황이 디플레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하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주가가 2000년 초 이후 43%나 빠지면서 소비지출을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든다. 이들은 디플레가 가시화할 경우 실업률이 현재의 5.7%에서 7%선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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