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우승행마'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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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삼성화재배는 중국 바둑이 주도하고 있다.

예선전부터 8강전까지 중국의 강력한 '황사바람'이 삼성화재배를 강타했다. 3주전의 8강전에서 전원 중도 탈락의 위기를 맞았던 한국 바둑이 조훈현9단의 기적같은 반집 역전승으로 소생한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간신히 살아남은 한국 바둑이 노장 조훈현9단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다시 한번 역전 우승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중앙일보 주최 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이 12~15일 유성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속개된다. 12일 1국, 13일 2국, 15일 3국이 벌어진다. 4강의 얼굴은 조훈현9단 외에 왕레이(王磊)8단·왕위후이(王煜輝)7단·후야오위(胡耀宇)7단 등 중국기사 3명. 갓 스물을 넘긴 젊은 중국기사들이 50세의 노장 조9단을 완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에선 한국이 세계대회 17연속 우승을 이끌어온 강자임을 고려하더라도 이번만은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9단의 나이와 체력으로는 한판은 몰라도 3번기는 매우 불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한국 바둑은 지금까지 외줄타기처럼 아슬아슬하게 우승 행진을 벌여왔고 극적인 장면에서 단 한번도 팬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며 "이번에 매우 힘든 시험무대에 올랐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9단이 한국의 '18연속 우승'을 이뤄낼 것"이라고 장담한다.

조9단은 대진 추첨 결과 신예 강자인 왕위후이7단과 맞서게 되었는데 추첨운은 일단 좋은 것으로 보인다.

왕레이9단은 최근 창하오(常昊)9단을 제치고 중국내 랭킹1위 자리를 차지한 강자이고 후야오위7단은 이창호9단 킬러로 중국리그에서 이창호를 꺾은데 이어 이번 삼성화재배에서도 이창호를 탈락시킨 중국바둑의 신흥 강자이기 때문이다.

▶조훈현9단 대 왕위후이7단=王7단은 중국 '10소호(小虎)'의 한명이지만 한국에선 많이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王7단은 그러나 "중국내 대국에서 창하오9단과 5대5의 기록을 갖고 있다. 누구도 두렵지 않다"며 은근히 호언하고 있다. 조9단이 50세이고 王7단은 20세. 30년의 나이차가 가장 큰 변수지만 조9단은 국내에서 다승1위에 올라설 정도로 여전히 강력하고 또 신예들에게 누구보다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승부는 조9단이 6대4로 우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왕레이8단 대 후야오위7단=2000년 5월 이후 세계무대에서 우승 맛을 못본 중국은 이번에 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나 대진추첨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중국랭킹 1위의 왕레이와 떠오르는 별 후야오위가 조9단과 번갈아 싸운다면 승산이 높을텐데 그게 안돼서 아쉬운 것이다. 왕레이는 8강전에서 최명훈8단을 꺾은 인물이고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지만 신예 후야오위가 급상승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5대5 승부라는 분석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dar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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