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수학용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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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7면

남북한 언어의 이질화 현상은 수학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말이 대부분 그렇듯,북한 수학 용어의 두드러진 특징은 한글화 돼 있다는 점이다. 예각과 둔각을 북한에서는 각각 '뾰족각'과 '무딘각'이라고 한다. 정수는 '옹근수'다.'옹글다'란 모자람이 없이 완벽하다는 뜻인데, 정수는 분수나 소수처럼 뭔가 모자라는 수가 아니라는 뜻에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포물선은 팔매질을 할 때 돌이 날아가는 선과 비슷하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팔매선'이라고 하며,1과1/2 과 같은 대분수는 분수가 정수까지 데리고 다닌다고 '데림분수'라고 한다.

'2·3·5…'처럼 1과 자신만을 약수로 갖는 소수(素數)는 '씨수'라 부른다.모든 자연수는 소수들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이들 소수가 바로 자연수를 생성하는 모태가 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이 북한은 대체로 수학 용어의 한글화에 더 적극적이지만, 반대로 우리는 한글을 쓰는데 자신들은 한자를 그대로 쓰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곱하는 것을 '적(積)'이라고 하고,사다리꼴을 '제형(梯形)' 이라고 하는 것 등이다.

일상적인 수식어를 수학에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나누어 떨어진다'를 '말끔 나누임'이라고 하고, '교선'을 '사귀는 선'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해 왠지 수학과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말끔하게'와, 이성 친구와의 관계를 나타낼 때 쓰는 '사귄다'라는 말 때문에 우리에겐 조금 어색하게 다가온다.

수학 용어 중에는 비슷한 형태를 가진 물건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것도 있다. 북한 수학 용어에도 이런 예는 흔하다. 원의 호를 그들이 '활등'이라고 하고, 현은 '활줄'이라고 하는 게 대표적이다. 우리의 '플러스·마이너스'는 북한에서 '플루스·미누스'라고 한다.영어 발음을 따르는 우리와, 러시아식 발음을 하는 북한의 차이다. 이와 같이 남북한 수학 용어 사이에 놓인 커다란 틈도 앞으로 메워야 할 중요한 과제다.

kpark@math.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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