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0일 세계과학의 날]과학 잘 몰라도 소양은 갖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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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팽이는 어떻게 해서 끄덕끄덕하면서도 잘 쓰러지지 않을까, 어떻게 해서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이 나는가. 휴대전화·컬러TV 등의 바탕 원리는 무엇인가, 아름다운 무지개가 가끔 쌍으로 보이는 것은 어쩐 일이고 밤하늘에 그 많은 별들은 언제 어떻게 생겨나 반짝일까.

우리집 아이는 왜 위와 같은 질문을 하는가. 우리는 이 질문에 얼마나 어떻게 답을 할 수 있는가. 과학의 최첨단에서는 전문화와 세분화가 가속되며 그 결과물들은 생활과 산업 속으로 놀라운 속도로 침투하고 있다.

이러한 현대 사회에서 일반인들이 습득할 수 있는 과학 지식과 할 수 있는 과학 활동에는 한계가 있으며 의사결정을 해야 할 일은 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이와 같은 현대 사회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 정신'을 지니고 일상적인 일에 실천하는 '과학 소양'일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과학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탐구 기능을 지니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모르는 것을 정직하게 질문하며 알려하려 하는, 데이터와 증거를 존중하고 계속 찾는, 또한 전제와 결과를 재고하며 되돌아보는 태도다. 이런 사람이 중요한 과학적 소양을 갖춘 현대인이 아닐까.

이에 더해 과학의 오용으로 인한 인류의 멸망을 막으려면, 특히 현대에 있어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아끼며 조화로운 질서의 평화를 깨닫고 물자와 에너지를 절약하고 오염을 줄이는 사람이 절실히 요구된다. 21세기에는 이런 사람이 기쁘게 실천하는 지성인으로 살아가며, 과학적 소양을 지닌 시민으로 후손에게 칭송받을 것이다.

바람직한 과학 교육은 무엇보다 '기쁘게 실천하는 지성'을 키우는 인간 교육에 공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것을 바탕으로 과학을 좋아하고 잘 하는 청소년에게 진로 지도를 열심히 해 잠재적 과학기술 인력의 양과 질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 사회의 절대적인 과제다.

우리 모두가 유네스코가 '세계 과학의 날'을 제정하게 된 시대적 의미를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전국민의 바람직한 과학 소양은 현대인의 덕망이며 자아 실현의 원천이다. 이 바탕 위에 과학자들의 소명 의식과 만난을 무릅쓰고 노력해 이룩할 우리의 과학 발전은 국가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되는 시대적 사명이라 하겠다. 이로써 우리는 인류의 과학 문화 창달에 공헌하게 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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