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년전 산모·태아 미라 파평 尹씨 묘역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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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4백36년 전 사대부 부인 미라의 뱃속에 태아가 함께 미라 상태로 보존돼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부인 미라는 지난 9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파평 윤(尹)씨 정정공(貞靖公)파 묘역에서 반(半)미라 상태로 발굴된 것으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발굴을 맡았던 고려대 측은 6일 "산모와 태아의 미라가 함께 보존돼 발견된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관 해체에서부터 미라 해부까지 전 과정을 기록하고 있으며, ENG 카메라로 촬영 중"이라고 밝혔다.

또 미라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인 미라의 신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고려대 측은 미라의 사인(死因)을 밝히기 위해 발굴 직후부터 X-레이·MRI·CT 촬영 등을 실시했고 부인 미라의 복부를 부검했다. 이 과정에서 부인 미라의 자궁에 2∼3㎝ 길이로 찢어진 상처가 있고, 태아의 머리가 질 입구까지 내려와 있어 아기를 낳다가 자궁 파열로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태아 미라는 부인 미라의 오른쪽 복부 위쪽으로 다리를 두고 있는 자세였고 해부학적으로 완벽한 상태였다. 부인 미라는 키 1m55㎝ 정도의 아담한 체격에 눈썹과 입술 등 얼굴 형태가 뚜렷한 상태다.

고려대 측은 관에서 수습한 의상 40점 등 유류품을 분석, 미라의 신상 확인작업을 벌여왔다. 6일에도 파평 윤씨 문중으로 사람을 보내 관에서 수습된 유물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윤씨 족보와 대조하는 작업을 벌였다.

부인 관에서는 '파평윤씨지구(坡平尹氏之柩·파평 윤씨의 관)'라고 적힌 명정(銘旌)과 함께 속곳 허리띠 끝에서 '병인윤시월'이라는 한글 묵서(墨書)가 발견됐다. 숨진 시기를 1566년 양력 12월(윤시월)로 추정할 수 있는 근거다.

또 목관은 나무 곽 안에 들어있었으며 곽 바깥에 회를 둘러 외부와 거의 완벽하게 차단될 수 있는 조건이었다. 날씨가 추워 시신이 부패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 안이 거의 진공상태가 돼 시신 보존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부인이 입고 있던 흉배의 문양을 근거로 정3품 당상관의 아내였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신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뚜렷한 물품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미라가 발굴된 교하읍 일대는 윤원형 등 파평 윤씨들의 묘가 집중된 지역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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