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만 위험한 親기업 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전통적으로 월가는 공화당을 좋아한다. 민주당에 비해 기업을 많이 배려하기 때문이다. 기업 편을 드는 정책을 펴면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고 이 덕을 투자자들이 보기 때문이다.

중간선거가 실시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또 올랐다. 금리인하 임박이라는 호재와 더불어 공화당의 강세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공화당의 친기업적 성향은 석면이나 담배 등 산업피해로 인한 소송 범위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에서 잘 드러난다. 아무리 공해산업이라도 기업들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면 곤란하다는 쪽이다.

어떤 이들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반독점 소송에서 이긴 것도 정권이 민주당(빌 클린턴)에서 공화당(조지 W 부시)으로 바뀐 덕이라고 하는데, 그럴 듯하게 들린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MS는 '윈도'에 다른 소프트웨어를 껴 판 것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어 MS는 회사를 두개로 쪼개라는 명령까지 담당판사로부터 받았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 이 판결은 뒤집어졌다. 법무부는 MS와 타협안을 만들었고 이 타협안이 지난 1일 법정에서 승인됨으로써 4년 이상 끈 소송은 막을 내리게 됐다. 이 판결에 힘입어 MS 주가는 지난 4일 6% 가까이 오르면서 다른 기술주의 상승도 견인했다.

현재 부시 행정부가 내걸고 있는 정책들을 보면 확실히 기업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많다.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는 국제협약인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한마디로 자국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을 걱정한 결정이다. 연초부터 시행하고 있는 감세정책도 친기업적이다.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늘어나 기업들의 수지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정책들은 달다. 단 것은 당장 먹기는 좋지만 탈을 부르기 쉽다.

기업들이 환경문제를 외면하면 당장의 이익을 늘릴 수 있을진 몰라도 언젠가 그 부담을 져야 한다. 감세정책도 그렇다. 개인이나 기업들이 다 좋아하지만 재정적자의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재정적자가 커지면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전반에 깊은 주름살이 파인다.

친기업적인 정책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도움을 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도 그렇다고 말하긴 곤란하다. 물론 눈앞의 이익을 쫓는 투자자들은 이런 지적에 귀도 기울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sims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