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 고위직 문호 여성·소수인종에 더 개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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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처음으로 여성 정보기관장이 탄생했다. 미국 주요 정보기관 16곳 중 하나인 국립지리정보국(NGA·National Geospatial Intellingence Agency) 국장에 9일(현지시간) 여성인 레티셔 A 롱(51·사진)이 취임했다고 CNN 등 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취임식은 NGA 신청사를 짓고 있는 버지니아주 포트 벨보아 기지에서 열렸다.

신임 롱 NGA 국장은 1978년부터 32년 동안 정보 업무를 다뤄왔다. 해군정보국 부국장과 국방부 정보담당 부차관을 지낸 뒤 최근까지 국방정보국(DIA) 부국장으로 근무했다.

버지니아공과대(전기공학)를 졸업하고 가톨릭대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롱은 해군에서 음파센서 분야 엔지니어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 등을 거치면서 미국 정보 분야에서 대표적인 여성 리더로 성장했다.

롱 국장 취임식에 참석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30년 넘게 정보파트에서 공학전문가로서의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롱은 NGA를 이끌 최적임자”라고 말했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은 “우리는 여성이 중요 정보기관의 수장이 되는 역사적 현장의 증인이 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롱 국장은 CNN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미국 여러 정보기관들이 여성뿐만 아니라 소수인종 출신 인재들로부터 다방면에 걸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여성과 소수인종에게 고위직 문호가 더 개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정보국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정보기관의 직원 가운데 38%가 여성이다. 또 6개 핵심 정보기관의 간부직 가운데 27%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국가안보국(NSA)과 국가정찰국(NRO) 부국장이 여성이며, CIA에서는 여성이 서열 3위의 자리를 맡고 있다.

롱이 이끌어나갈 NGA는 1996년 설립됐다. 전세계를 촬영한 위성사진과 지리정보 등을 취합, 3차원의 쌍방향 지도를 제작해 미군 작전 수행이나 재난 예방 등에 필요한 정보를 각 기관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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