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先불가침협정 입장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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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2∼5일 방북했던 도널드 그레그(사진) 전 주한 미국 대사와 돈 오버도프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6일 "북한 측은 핵문제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동시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이것은 하나의 진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 측은 대화가 진행되면서 미국이 먼저 행동을 취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입장을 바꾸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 핵개발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얘기했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노(No)라는 답을 하기 위한 핑계거리로 핵개발 계획을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을 기만적인 정권으로 몰아가기 위해 (핵개발 계획을) 이용하기 때문에 앞으로 핵개발 계획 유무를 떠나 시인도, 부인도 않는(NCND) 정책을 쓸 것이라고 했다."

-북한 측이 핵 문제와 관련, 북·미 모두 동시에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고 한 것은 (미국의 선제 핵 불사용 및 북·미 관계개선 등이 포함된)제네바 합의와 연관지어 얘기한 것이다. 제네바 합의가 지금까지 잘 이행돼 왔다는 관점에서 (미국의 선(先)핵폐기 요구 등) 조건이 달린 것이 아니라 양측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가장 바라고 있다고 보나.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북한은 지난 2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도라산 연설, 다시 말해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다른 인사들의 발언에 의해 희석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북한은 미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속을 해주길 원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경제적 도움을 바라지 않고 있었다."

-미국의 대북 중유 공급이 중단될 경우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보는가.

"중유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제네바 합의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이 합의가 '실끝에 달려 있다'는 강석주 외무성 제 1부상의 발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하고 싶은 얘기는.

"이처럼 민감한 상황을 풀려면 오로지 대화를 통한 방법밖에 없다. 한국인들은 압박만 가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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