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이 권력 쥐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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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97년 대선에서 'DJT 연대'의 한 축이었으며, 현 정권 중반(2000년 1∼5월) 총리를 지낸 박태준(朴泰俊·TJ·사진) 포스코 명예회장이 3일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를 지원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75회 생일을 맞아 부산시 기장군 그의 고향집에서 있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이번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할 생각인가.

"곧 내 입장을 밝히겠다."

-차기 대통령의 자격 기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글로벌 경제시대다. 순간의 변화에 즉각 적응할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북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 정상적인 교육을 받아서 튀지 않게 상식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필요하다."

-재벌이 권력을 잡는 데 대해 평소 비판적이었는데 지금도 그런가.

"맥아더 장군이 2차 세계대전 후 점령군 사령관으로서 일본의 재벌을 해체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재벌이 국가 권력을 쥐면 안된다. 우리나라의 권력 형편으로 보면 재벌 대통령 아래에선 해당 기업이 부실에 빠져도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부도가 나지 않을 것이다. 또 한번 재벌 대통령이 나오면 다른 재벌들도 제2, 제3의 대통령을 만들려 할 것이다."

-DJT 공동정권의 한 축으로 역할을 했는데.

"생일 행사장에서 김진선(예비역 대장)이 나더러 노태우·김영삼·김대중씨한테 배신만 당했다고 했는데, 너무 노골적으로 표현했지? 하하. 이 정부가 동쪽(영남권)사람들을 너무 소외시켰다. JP와 내가 있을 때만 해도 그렇게까진 안했는데. 우리가 나가고 가신들이 산업화·국가 건설 세력들을 다 밀어냈다. DJ 정권이 실패한 건 이 때문이다. 민심이 돌아섰다. 민주당에선 누가 나온다 해도 대통령이 되긴 어려울 거다."

-정몽준 의원은 어떤가.

"대통령이 되려 했다면 진작부터 당을 만들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국민에게 알렸어야 한다."

-남북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야 한다고 했는데.

"김정일을 궁지에 몰아넣어선 북한 군부 세력이 이판사판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안된다. 金대통령이 방법상 문제는 있었지만 대북 포용정책은 잘 쓴 것으로 본다. 이회창 후보가 너무 엄격한 정책을 쓰는 것은 미숙한 것 같다."

생일 행사에서 정몽준 의원 측의 김진선 예비역 대장이 "총리께서는 정치에 관여하지 말고 나라의 원로로서 정신적 지도자로 남아 달라"고 하자 한나라당 이원범 전 의원은 "일만 하시던 총리가 건강하려면 계속 일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우리에게 큰 지침을 달라"고 했다.

행사엔 한나라당 강창희 의원과 측근인 조영장 비서실장 등 3백여명이 참석했다.

부산=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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