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려운 학생에 박사과정까지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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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재능있는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서는 안됩니다."

평생 모은 60여억원을 출연해 최근 장학재단을 만든 이우일(李宇一·70)세영산업 회장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박사과정까지 줄곧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회장은 지난달 26일 '그레고리오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현금 30억원과 회사 주식 30여억원 등 모두 60여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그레고리오는 그의 세례명이다.

그가 장학재단을 만들게 된 것은 젊었을 때의 결심에서 비롯됐다.

"집이 어려워 중·고교 때부터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했습니다. 그때 사회에 나가 돈을 벌면 힘들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꼭 돕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돈을 더 모아 5년 뒤에 장학재단을 설립할 생각이었지만 최근 암 판정을 받으면서 계획을 앞당겼다. 병원에 입원 중인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창립이사회에 나와 장학재단이 출범하는 현장을 지켜봤다.

李회장은 장학재단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부산가톨릭 신학원장 이찬우 신부·부산가톨릭대 석찬귀 교수 등 저명인사를 이사진에 참여시켰다. 장학재단은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경남 합천 출신인 李회장은 40여년간 부산에서 경제 활동을 해왔다. 세영산업은 부동산 개발·임대, 스포츠·레저 사업을 한다. 그는 부산시 산하 국제교류협회 부회장 등을 맡으면서 지역사회의 국제화에 기여했으며, 주한 미국 대사관의 경제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李회장은 "젊었을 때 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켰다"며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학생들이 사회의 지도자로 커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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