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市銀 인수에 관심 금융개방 아직도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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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HSBC은행의 데이비드 엘든 회장은 "한국의 시중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다만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국제경제자문단 의장으로 1일 열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엘든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서울은행 인수 협상은 최선을 다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HSBC는 1999년 서울은행 인수에 나섰다가 중도에 포기했다.

엘든 회장은 "한국에서의 영업은 소매금융에 중점을 두면서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기업 인수·합병(M&A)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투자은행 업무에도 진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환경에 대해 그는 "그동안 금융시장 개방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홍콩·싱가포르 등에 비하면 아직 충분치 않다"며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상대적으로 발전이 덜 된 채권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채권거래가 많아지면 주식시장도 활성화돼 외국인들이 투자하기에 좋은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대출 급증으로 인한 은행의 부실 위험에 대해 엘든 회장은 "우려되는 점이 없지는 않지만 위험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과는 여러 가지 점에서 다르기 때문에 일본에서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HSBC 자체로는 그동안 위험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을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하겠다는 서울시의 청사진에 대해 엘든 회장은 "아시아의 다른 대도시들 중에 서울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곳이 많다"며 "외국인들에게 투자를 요구하기에 앞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고, 사업환경이 좋아지면 투자는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잠재력이 큰 나라라고 평가한 엘든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월드컵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 사업에 대해선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청계천 부근에 고급 업무용 빌딩이 들어선다면 이곳으로 사무실을 옮기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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