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부도 후폭풍'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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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알에프로직 사기 사건은 증권시장에도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의 피해자인 한국하이네트와 엠플러스텍은 1일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투자자들의 불신을 사고 있는 코스닥시장이 신뢰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소프트윈과 에이콘도 알에프로직 대주주인 L씨 때문에 지난달 말 잇따라 도산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L씨는 지난 4월 초 이들을 비밀리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코스닥위원회는 4일부터 대주주 변경과 관련한 정보는 즉시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코스닥위원회는 이 제도를 다음달부터 도입할 방침이었다. 코스닥위원회 정의동 위원장은 "대주주 변경이 잦은 일부 업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 변경 정보를 즉시 공시토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도 이 사건에 연루된 종목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H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에 연관된 업체는 하한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 종목에 대해서는 매매증거금을 1백%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프트윈과 에이콘을 잇따라 인수한 L씨는 두 회사의 업종을 바꿨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였던 소프트윈과 배관 파이프 제조업체였던 에이콘이 모두 전산장비 판매업체로 변신한 것이다. L씨가 인수한 후 이들의 매출도 급증했다. 특히 에이콘은 불과 1∼2개월 만에 3백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들이 이처럼 두각을 나타낸 데는 L씨와 공모한 소프트뱅크CK(SBCK) 직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콤텔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SBCK가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에 전산장비 유통 부문에서는 신생업체와 마찬가지인 소프트윈에 장비를 납품했다고 주장했다.

L씨의 잠적으로 관련 회사의 피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 두 회사와 거래했던 엠플러스텍은 모두 68억5천만원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했고, 콤텔시스템도 소프트윈에서 13억6천만원을 못받았다. 엠플러스텍은 또 에이콘에 20억원의 자금을 빌려준 뒤 돌려받지 못했다.

<그래픽 참조>

또 한국하이네트는 1일 낸 공시에서 "SBCK에 54억원 가량의 전산장비를 납품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SBCK 측은 "장비를 납품받은 적이 없고, 어음 발행 사실도 지난달에 비로소 파악했다"고 해명했다. SBCK 측은 납품받은 장비는 L씨 측에 넘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엠플러스텍과 콤텔시스템·한국하이네트가 납품한 장비를 판매한 대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이희성·하재식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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