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전설’ 사라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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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고위험 투자로 큰 이익을 올려 월가 투자은행의 ‘수익창출 엔진’으로 불렸던 트레이딩 조직이 와해될 지경에 처했다. 자기자본거래(proprietary trading) 조직이 그 핵심에 있다. 은행의 위험한 투자를 제한한 미국 금융개혁법이 발효된 여파다.

금융개혁법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은 원칙적으로 자기자본거래를 할 수 없다. 다만 기본자본의 3% 이내에서만 거래를 할 수 있다. 골드먼삭스는 원래 투자은행이었지만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금융지주회사로 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골드먼삭스가 핵심 트레이딩 부서의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골드먼삭스는 자기자본거래 조직을 자산관리조직으로 통합하거나, 아예 조직을 폐쇄하고 독립된 펀드로 옮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월가에서 골드먼삭스의 트레이딩 부서는 상징성이 크다. 인재들이 모인 골드먼삭스 내에서도 가장 선망받는 부서였다. 특히 로버트 루빈 최고경영자(CEO) 시절인 1980년대 인수합병 대상이 될 만한 기업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 ‘월가의 전설’이 됐다. 에드워드 램퍼트, 톰 스테이어 등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를 배출하면서 사관학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고위험 투자 부문을 떼내려 하는 건 다른 대형 금융사들도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는 헤지펀드를 취급하는 자회사 프런트 포인트 파트너스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씨티그룹은 이미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사업부문을 매각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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