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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발명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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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발명이야기
원제 Man, The Miracle Maker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조재선 옮김
서해문집, 296쪽 1만2900원

눈은 망원경이나 현미경이 된다. 손은 돌도끼에서 시작해 망치나 대포로 발전한다. 문자나 인쇄술은 입의 기능이 진화한 결과 태어난 산물들이다.

저자가 보는 발명은 흔히 알려진 과학적 상식으로서의 발명이 아니다. 그는 발명을 손, 발, 코, 귀, 눈, 입, 피부 등 7개 인간 신체가 진화한 역사로서 다룬다. 발명은 인간의 품성이자, 태어나는 순간부터 호기심의 혈통을 물려받은 인간만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그것이 인류를 빙하기에서 살아남게 했고, 지구의 주인으로 번성케 했다.

저자는 인간에게 내재된 '발명 유전자'의 진화 과정과 역사를, 동서고금을 오가며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피부를 지키기 위한 필요에서 모피가 '발명'되고, 비단과 인공 섬유가 등장했단다.여기서 그치지 않고 피부는 집과 별장과 빌딩으로 진화하고 각종 난방기구들을 만들어냈다는 식이다.

저자는 발명의 동기를 생존이라고 믿는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선천적으로 게으르다. 그냥 두면 어떤 생물체도 발명을 하지 않는다. 그 게으름을 물리치고 열심히 움직이게 하는 힘은 생존에 대한 열망뿐이다. 오늘날 기계 문명의 지루함을 이겨내는 방법도 결국 정신없이 일하는 것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80년쯤 전에 쓰여진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과학과 세상에 대한 통찰이 넘친다.

저자는 20세기 초에 활약한 네덜란드 태생의 미국인. 철학박사, 역사학 교수, 기자, 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인문학적 글쓰기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이 책은 10권으로 기획된 그의 전집 중 첫 째권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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