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도지사 할 때도 잘 했으니 총리 돼도 서민 위해 잘 할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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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8일 오후 경남 거창군 가조면 일부리 부산마을. 마을 주위는 바위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도읍지로 검토했을 만큼 산세가 뛰어나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의 고향이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고향인 경남 거창군 가조면 일부리 부산마을 집에서 아버지 김규성씨(왼쪽 첫번째)와 어머니 정연조(왼쪽 두번째)씨가 마을주민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김상진 기자]

때마침 마을회관에서는 팔순을 맞은 김문주(80) 할머니의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오후 들어 김 후보자의 총리 내정 소식이 들려오자 잔치판은 흥을 더했다.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폭염도 주민들의 흥을 깨지는 못했다. 어르신들은 “와 이리 좋노”라고 노래하며 만인지상(萬人之上) 재상에 낙점된 김 후보자를 축하했다.

김 후보자가 집안 손자뻘이라는 김 할머니는 “태호가 국무총리 된다카는데 내 팔순이 뭐 중요하노. 잔치 음식을 태호 축하를 위해 마을사람들에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입구에는 ‘가조 출신 김태호 내정자님의 건승을 빕니다’라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김 후보자의 집에는 아버지 규성(76)씨와 어머니 정연조(76)씨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었다. 김 후보자가 학창시절 공부했던 집 사랑방에는 마을사람이 10여 명이 모여 앨범을 보면서 새 총리 후보자의 성장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주민 최붕남(71)씨는 “태호가 도의원·군수·도지사를 할 때 농촌과 서민들의 어려움을 위한 정책을 많이 펼쳤는데 국무총리가 돼도 서민들을 위해 잘 할끼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후보자는 3남1녀 가운데 셋째로 위로 누나와 형이 있다. 국회의장 공보수석을 지낸 창호(47)씨는 남동생이다. 김 후보자는 거창군수 시절 한센병 환자 거주지역 땅이 향교 소유여서 내쫓길 위기에 처한 것을 알고 향교 지도자를 설득해 연차적으로 갚도록 해줄 정도로 서민들에게 관심이 많다. 부산마을은 80가구 147명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입구에는 온천이 나오고 상산 김씨와 흥해 최씨의 두 문중이 사이 좋게 지내는 씨족 마을로 유명하다. 김채우(52) 이장은 “ 후보자 신분이어서 마을 잔치를 못하지만 청문회를 통과한 뒤 국무총리에 정식으로 취임하면 큰 잔치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창=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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