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부시 北核비난 제동 美 '대화 당근정책' 쓸 수밖에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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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7일 끝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이라크라는 두 과목에서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얻었다고 미 언론들이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미국은 한국·일본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 원래 북한의 핵개발을 강력히 비난하는 내용을 넣으려 했으나 두 나라가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은 지난 25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을 때도 북한 핵 문제에 대해 기대했던 반응을 얻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AP통신도 "부시 행정부의 두 가지 핵심 목표였던 북한 고립과 대북 비난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신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응징하기 위한 제재나 경제적 압력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표명을 얻어내기는커녕 한국과 일본의 대북 대화 의지를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대북 수교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고이즈미 총리의 경고가 그나마 부시 행정부에는 위안거리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한·미·일 3국 정상들이 '신속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할 것을 북한에 요구했지만 포용 및 원조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에 대한 더 강경한 비난을 모색했으나 잇따른 정상 회담을 통해 나온 미국의 대북전략은 당근과 채찍이 균형을 이루는 정책을 바라는 한·일 두 나라의 여망에 부응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라크 정책에 있어서도 아시아 지도자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이라크에 대한 이른바 '무(無)관용' 정책을 거부했으며 미국은 가장 가까운 우방으로 꼽히는 멕시코로부터도 미국 입장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통신은 "각국의 테러 퇴치 공약도 썩 믿음직스러운 게 못되는 데다 APEC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하는 것을 부시 대통령은 지켜봐야 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APEC정상 對北 성명 (全文)

·우리는 북한이 더욱 적극적으로 아태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에 주목한다. 그러한 가능성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전제로 한다.

·우리는 비확산 체제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한다.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가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중요하며, 역내 모든 국가의 이익에도 부합함을 지지한다.

·우리는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한 약속을 명시적으로 준수하기를 촉구하며,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우리의 결의를 재확인한다.

反테러 공동 선언(요지)

▶알 카에다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 간 반테러 전략 긴밀 협력

▶테러 단체에 대한 자금 차단

▶수화물 검사 및 이민 통제

▶국제항공노선 탑승객들에 대한 보안검색 강화

▶농산물 수출에 제공되는 모든 형태의 보조금 철폐

▶불필요한 무역 규제와 장벽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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