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업체들 日기술자 영입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도쿄=남윤호 특파원] 중국과 대만의 기업들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현직 일본인 기술자들의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24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보도했다. 특히 반도체·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경쟁하는 전자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본의 고급 기술인력 영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내년 가을 대만 남부의 '타이난(臺南)사이언스파크'에 2천가구 규모의 일본인 기술자 전용 주거지역을 조성하고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3개국어 교육이 가능한 초·중학교를 구내에 설립할 계획이다. 이 지역의 대만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갓 퇴직한 일본인 기술자들을 대규모로 영입해 신기술 개발 및 생산성 향상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대만 경제부는 일본의 노무라종합연구소과 협력해 최근 도쿄(東京)에서 '해외 전문인재 모집 설명회'를 개최하고 전자·생명공학 분야의 일본인 기술자들과 접촉했다.

또 일본의 대형 인재 파견회사인 템프스탭은 상하이(上海) 지역에 소재한 기업에 초점을 맞춰 일본인 기술자를 소개·알선해 주는 업무를 연내에 일본에서 처음 시작할 예정이다. 템프스탭은 매달 20명 정도의 기술자를 상하이의 기업들에 소개해 연간 5억엔의 수수료를 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영국·홍콩 등의 헤드헌팅 업체들도 지난해 한 해 동안 중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 6백여명의 일본 금형기술자나 생산·품질관리 전문가들을 소개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동남아시아 기업에 취업하는 일본의 퇴직 기술자들은 일본에서 현역으로 일할 때보다 수입은 많이 깎이지만 주거·자녀교육·복지면에서 지원책이 많은데다 일하는 보람이 크다는 이유를 든다.

한편 일본 기업들은 퇴직 기술자들의 해외 취업이 늘어남에 따라 독자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퇴직 사원들에게 비밀엄수 계약을 요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hnam@joongang. co. 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