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송태곤 '33년차이' 대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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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의 조훈현9단과 16세의 송태곤3단이 박카스배 천원전 우승컵을 놓고 오는 28일부터 3번기로 격돌한다. 조9단이 타이틀을 다투는 현역 프로 중 최연장자라 한다면 송3단은 최연소자다.

바둑계의 세대구분으론 무려 4대 차이가 난다. 그러나 아들뻘인 송3단은 현재 46승10패라는 놀라운 전적으로 승률 1위(82%)에 다승 3위를 달리고 있는 무서운 신예다.

정상권에서 싸운 기사들만을 놓고 볼 때 조훈현9단의 동시대 인물은 물론 서봉수9단이고 바로 아래 세대는 '도전5강'세대다. 1980년대에 조9단의 아성에 끊임없이 도전했으나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하고 무대 뒤로 사라진 강자그룹이다.

그 다음은 푹 건너뛰어 유창혁(36)9단과 이창호(27)9단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은 나이차가 많지만 80년대 후반 거의 같은 시기에 프로가 되어 조훈현9단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순식간에 정상을 밟았다. 이들과 더불어 최명훈(27)8단이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이무렵부터 바둑계도 후진들의 전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세대구분도 어려워졌다. 이성재(25)7단·안조영(23)7단·목진석(22)6단 등이 90년대 후반부터 정상 도전에 나섰으나 이중 목진석6단만이 우승컵을 만져봤다.

그리고 2000년도에 이르러 중량급의 이세돌(19)3단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이세돌3단과 비교할 때 박영훈(17)3단, 최철한(17)4단 등은 결승무대 진출 시기에서 거의 시차가 없다. 이중 이세돌에 이어 박영훈도 정상권의 한자락을 밟았다.

16세의 송태곤3단도 이들과 같은 세대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러나 정상 도전에선 가장 최근에 등장한 가장 어린 기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조훈현9단과는 무려 33년 차이인데 이런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대등한 조건에서 우승컵을 다툴 수 있는 종목은 아마도 바둑뿐인 것 같다. 두 기사 모두 전투 스타일이라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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