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석유 의존도 높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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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이 원유수입 다변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타임스는 23일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 등을 감안, 중동지역으로부터의 석유 수입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중동산 원유의 수입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가운데 중동산의 비중은 24%로, 197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낮지만 최근 몇년새 3분의 1가량 늘어났다.

미 정부는 원유의 수입선 다변화를 에너지정책의 핵심으로 내걸고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을 장려하거나 산유량이 많은 적도 기니에 영사관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미국 석유회사들은 수입선을 변화시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

수입선 다변화가 바람직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석유 부존량이 가장 많은 중동지역이 결국 핵심적인 원유 수입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게다가 지금까지 석유개발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를 꺼려왔던 중동 국가들이 문호를 개방하며 미국 기업들의 중동행을 부추기고 있다.

중동 지역에선 주로 국영기업들이 석유생산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는데 최근 몇년새 이들이 외국기업과의 제휴를 모색하는 등 활발한 외자유치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미국 기업의 중동 진출이 늘면 중동산 원유의 수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미국 석유회사들이 미 정부가 선호하는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도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는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동으로부터의 원유 수입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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