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災 사망 3건이면 업주 구속 수사' 노동부 '삼진아웃제'겉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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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8월 경기도 성남시 P건설 공사현장에서 안전관리 소홀로 인부 2명이 추락사하는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건설업체는 지난 4월에도 시공 중이던 고층건물에서 현장 근로자가 실족사하는 사고를 빚었다.

노동부는 잇따른 사망사고의 책임을 물어 검찰에 공사 책임자를 구속수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검찰은 "유족과 합의가 이뤄졌다"는 등의 이유로 불구속 기소했다.

노동부가 해마다 급증하는 산업현장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를 줄이기 위해 갖가지 사법처리 강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집행기관의 외면으로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가 무리수를 두었다가 스스로 근로감독행정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진 아웃제'가 대표적인 경우다. 동일 사업장에서 한해 3건 이상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건설업은 2건) 사업장 책임자를 구속수사한다는 것이 제도의 골자다.

노동부는 제도 도입 첫해인 지난해 이 제도를 적용해 12개 사업장의 공사 책임자에 대해 구속요청을 했지만 검찰이 구속수사한 것은 1건에 불과하다. 올들어 구속 요청한 4건은 단 한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 4건의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남 거제의 S사의 경우 노동부의 관할 근로감독관이 사안의 심각성을 들어 여러차례 구속수사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사고현장 관리자에게 직접적인 안전관리 책임을 물릴 수 없다"며 불구속 기소, 벌금만 물렸다.

검찰 관계자는 "산재 사망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동부의 의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인신구속은 여러 상황을 종합 감안해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라며 "노동부가 현실을 외면하고 너무 앞서나간 대책"이라고 말했다.

삼진아웃제 외에도 지난해 말 이후 노동부는 재해 다발 사업장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안전법의 처벌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법무부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안전사고 발생시 관리책임자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했던 것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개정하려 했지만 법무부는 "산재를 줄인다는 이유로 단순한 과실책임을 지나치게 처벌하는 것은 법 원칙에 맞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노동부가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의욕으로 처벌 강화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도 도입에 앞서 법 집행기관과의 충분한 의견조율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봉수 기자

lbsone@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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