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파문]美 정부-의회 '北核'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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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했다는 중요한 정보를 10여일간 숨겨온 사실을 놓고 미 정부와 의회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상원의 다수당으로서 외교·군사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더욱 발끈하고 있다. 상원의 민주당 원내총무로 부시 대통령의 야당 상대역인 톰 대슐 의원은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미국의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조셉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은 언론보다 겨우 두시간 전에야 정부에서 브리핑을 받았다. 심지어 행정부의 공식발표 세시간 전에 진행된 비밀정보 브리핑에서 상원의원들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서 북핵문제에 대해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

행정부는 부인하지만 의원들은 북한의 핵개발 시인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의회가 대(對)이라크 무력사용 결의안을 채택하는 데 장애가 생길까봐 부시 정부가 이를 숨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핵개발을 시인한 북한과는 대화를 한다고 하고 핵개발을 부인하는 이라크에 대해선 군사공격을 하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는 여론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임스 켈리 특사가 평양에서 돌아온 것은 지난 5일이고 의회의 결의안은 11일 통과됐으며 미 정부의 북핵 발표는 16일이었다. 북핵 발표 수시간 전 부시 대통령은 결의안에 서명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9일 "행정부가 의회 결의안 통과 때까지 북핵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의회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보좌관은 "상원의원들은 이 발표에 당혹감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이런 비밀스러운 분위기는 이 문제에 또 다른 숨겨진 사실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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