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파문]"北 장거리 미사일 수출 대가로 파키스탄서 核기술 얻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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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의 비밀 핵무기 개발 계획이 드러나게 된 것은 북한이 다량의 고강도 알루미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포착된 단서 때문이라고 워싱턴 포스트지가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익명의 미 정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고강도 알루미늄을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격 포착됐다"면서 "이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방식으로 핵무기 제조 기술을 확보하려 한다고 판단해 미 정보 당국이 추적해 왔다"고 밝혔다.

고온·고압에 견디는 고강도 알루미늄은 농축 우라늄 제조에 쓰이는 초고속 원심분리기 설비 제작에 필수적인 재료다. 또 우라늄 가스에 레이저를 쬐어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235만 선택적으로 골라낸 뒤 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레이저 동위원소 분리법을 사용할 경우에도 고강도 알루미늄을 사용한 설비가 동원된다.

미 켈리 차관보 일행이 북한에 제시한 자료도 알루미늄 관련 자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USA투데이지는 "미국은 올 여름 북한의 알루미늄 도입을 확인했으며, 현재 북한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1년 뒤쯤이면 핵 보유국 선언이 가능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또 "현재 미 정보 당국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로 추정되는 북한 지역과 지금까지의 추정 생산량도 파악한 상태지만 구체적 사안은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핵무기 전문가들은 북한이 파키스탄에 장거리 미사일(노동미사일)을 제공하는 대가로 농축 우라늄 제조 기술을 얻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도 이날 "북한은 파키스탄에서 제조 기술을 얻었다"면서 "파키스탄이 미사일 실험을 한 1998년부터 북한은 이미 농축 우라늄 제조 계획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북한과 파키스탄은 97년부터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기술을 교환한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9·11 테러가 발생한 후에도 이같은 관계가 계속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주미대사관의 아사드 하야우딘 대변인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은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어떤 기술도 유출시키지 않았으며 다른 나라에 팔지도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joon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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