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韓대표 갈등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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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내 한화갑(韓和甲)대표와 노무현 후보 간에 파열음이 나온다. 전용학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계기로 분당(分黨)징후가 뚜렷해지면서 두사람 간 갈등도 두드러지고 있다.

우선 상대를 겨냥한 발언이 거칠어지고 있다.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 선언에 대해 韓대표는 "대선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盧후보의 낮은 지지율을 지적한 것이다.

盧후보 쪽은 DJ(김대중 대통령)와 동교동계를 공격하는 것으로 韓대표 쪽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6일엔 아예 韓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신기남(辛基南)정치개혁추진위 본부장은 "4천억원 대북 지원설에 대한 계좌추적 요구,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 교체 촉구에 대해 韓대표가 '야당 공세에 무조건 동조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한 것은 당 대표의 지위와 역할을 망각한 과도한 월권"이라고 공격했다. 辛본부장은 "韓대표 자신이 내세웠던 선대위와 당의 분리를 부정하고 선대위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야말로 이율배반"이라고 비난했다.

당 재정권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韓대표는 "나도 지방갈 때 당에서 타 쓴다. 선대위도 당의 결재를 받고 타 써라"고 재정권의 선대위 이관을 반대했다. 정대철(鄭大哲)선대위원장 등은 이에 대해 "지금까지도 빚을 내 활동해 왔는데, 그런 식으로 하면 힘들다"고 반발했다.

문석호(文錫鎬)의원을 당·선대위 공동대변인에 임명한 것과 선대위 출범으로 정지됐던 최고위원 회의를 부활시킨 것을 놓고도 "당·선대위 이원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韓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이와 관련, 韓대표와 김옥두(金玉斗)·최재승(崔在昇)·설훈(薛勳)·윤철상(尹鐵相)의원 등 동교동계 의원 10여명이 16일 밤 서울 시내 S호텔에서 회동, "10월 말까지 당내 사태를 관망하되 분당 사태가 가시화할 경우 결단을 내려 행동을 함께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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