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기자회견 중국 당국서 강제 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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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일도(앞줄 (左)).김문수 의원 등은 12일 베이징 창청(長城)호텔 2층 회의실에서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회견을 하려다 중국당국에 의해 저지당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중국인(右)이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베이징 AP=연합]

탈북자 문제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의원단 4명이 12일 베이징(北京)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려다 중국 당국에 의해 저지당했다.

김문수.최병국.배일도.박승환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베이징 시내 창청(長城)호텔 2층 소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시작하려는 순간 실내의 등과 마이크가 모두 꺼졌다.

이어 정장차림의 중국인 6~7명이 들어와 내외신 기자 50여명을 밖으로 몰아냈다.

중국 외교부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은 "외교부의 사전허가를 받은 뒤 회견을 하라"고 요구하며 의원들도 밖으로 끌어내려다 항의를 받고 중단했다.

김 의원 등은 불 꺼진 회견장에서 "전원을 켜고 회견을 마무리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다"면서 한동안 농성을 벌였다. 의원들은 사전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들의 무해(無害) 통행권을 보장함으로써 그들이 원하는 나라로 갈 수 있도록 인도적 조처를 해줄 것을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중국 옌지(延吉)를 방문, 2001년 실종된 김동식 목사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탈북자 실태 조사를 벌였으며 12일 칭다오(靑島)로 향할 예정이었다.

김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 전에 중국 외교부로부터 "기자회견을 허락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기자회견 30분여 전이다. 뒤늦게 기자회견 사실을 안 외교부 측이 급히 주중 한국 대사관을 통해 불허 사실을 알려온 것이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강행했다. 김 의원은 비자를 신청할 때 "2001년 중국에서 실종된 김동식 목사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한 것"이라고 여행 목적을 설명했다.

이날 사태에 대해 이규형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정부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상세한 경위를 파악하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관례상 중국 당국은 기자회견의 경우 사전허가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외국인도 예외없이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전허가 없이 기자회견을 강행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생사조차 불분명한 김 목사에 대한 생사 확인과 탈북자 처리 등에 대해 중국 정부의 인도적인 조처를 당부하고자 했을 뿐"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기자들을 끌어내고 국회의원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외교 관례나 인권 차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김정하.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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