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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따라 바뀐 우량아 개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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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국우량아선발대회는 ‘미래의 국력인 아기들을 건강하게 잘 키우자’는 취지로 1971년 제1회 대회가 열렸다. 종전에도 우량아선발대회는 일부 있었지만 TV 방송국과 우유업체가 공동 주최한 대회는 처음이었다. 83년 대회까지 전국에서 2만여 명의 아기가 참여했다. 1회 대회 때는 당시 영부인인 육영수 여사가 참관하기도 했다. 대회 때마다 간호사들은 알몸의 아기들을 바구니에 담아 체중을 달고 줄자로 신체 사이즈를 재느라 분주했다.

당시 대회를 진행한 남양유업의 성장경 본부장은 “아기들은 번쩍번쩍하는 조명과 갑작스러운 팡파르 소리에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였다”고 회상했다. 대회는 84년 폐지됐다. 신군부가 ‘아기들을 상업화한다’는 이유로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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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우량아들은 현재 기준으로 치면 과체중이나 비만에 가깝다.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가정의학과) 교수는 “과거엔 저체중 아기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우량아 대회까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살집 많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아기를 우량아로 보지 않는다. 아기 때 과체중이면 지방세포 크기는 물론 숫자도 늘어나 비만·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오히려 요주의 대상으로 친다.

한양대 구리병원 김창렬(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금은 체중·키·머리 둘레가 정상적이면서 돌이 될 때까지 또래와 비슷하게 체중이 늘어나는 아기가 신개념의 우량아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미숙아·저체중아라도 돌이 될 때까지 체중이 급속히 늘면 자라서 성인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며 “이 경우 늦어도 초등학교 입학 전에 혈압·혈당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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