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동서발전’처럼 고졸 인재 채용 기업 늘어나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우리나라에선 고등학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간다. 대학 졸업장이 취직을 보장해주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하지만 고졸 학력으론 아예 취업 시장을 넘볼 수조차 없기 때문에 너나 없이 비싼 등록금에도 불구, 대학으로 대학으로 몰려가는 것이다. 이 같은 학력 인플레로 대졸자가 넘쳐나다 보니 과거 고졸자를 주로 뽑던 직종까지 대졸자들로 채워진다.

과거 공고 출신이 많이 가던 한국전력 등 발전회사들이 대표적이다. 학력 차별을 없애겠다며 2000년대 들어 대졸·고졸자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뽑기 시작한 게 되레 고졸자들의 취업문을 막아버렸다. 직원 채용 시 ‘고졸 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대입 때 ‘지역균형선발전형’이 우수 지방 학생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듯 유능한 고졸 인재들에게 유사한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001년 이후 고졸자를 한 명도 뽑지 않았던 한국동서발전(한전 자회사)이 올해부터 신입사원의 약 30%를 고졸자로 별도 채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졸자에 대한 역차별로 비칠 수도 있으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고졸자에게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줄 수 없음을 절감한 데 따른 조치다. 이 회사는 대졸자와 고졸자 간 임금 차별을 없애기 위해 4년간의 호봉차 외엔 대우도 똑같이 해주겠다고 한다. 적성이나 장래 희망과 관계없이 무조건 대학에 가고 보자는 풍토를 없애고 사회적 비용도 줄이자면 이런 기업이 더 많아져야 한다.

핀란드·덴마크·프랑스·싱가포르 등에선 적잖은 중학교 졸업생들이 일반 고등학교가 아니라 직업학교에 간다. 학생들은 취업에 유용한 기술을 배우고 현장실습도 한다. 산업현장에선 이들을 적극 받아들여 직업학교의 취업률이 높다. 이런 사례를 본떠 우리나라도 올해 마이스터고 21개를 열었지만 성공 여부는 기업들에 달렸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 자기 회사가 필요로 하는 전문 기술을 익히도록 하고 졸업 후 채용을 보장하는 등 다양한 산학(産學) 연계 실험이 펼쳐져야 한다. 이들 학교 졸업생의 취업이 원활치 않다면 학력 인플레 해소의 길은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