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바닥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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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미국 주가가 사흘 연속 오르자 '주가 바닥론'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고 있다.

비관론이 여전히 우세한 편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주가가 그동안 떨어질 만큼 떨어졌기 때문에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증권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토마스 맥매너스는 14일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반등한 것은 바닥을 다지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 갔음을 뜻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맥매너스는 이어 BOA가 투자자들을 위해 제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65% 에서 70% 로 높이는 대신 채권 비중은 25% 에서 20%로 낮췄다. 또 모건 스탠리의 수석 기술적 분석가인 릭 벤시그노는 "요즘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최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주가는 W자형 이중 바닥을 친 뒤 올 연말께는 스탠더드 & 푸어스 500지수는 965 포인트(14일 현재 S&P500지수는 841.44)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낙관론을 펴는 사람들은 ▶국채 수익률 초강세 ▶실적 예고기간 종료 ▶ 미 주가 거품 해소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그동안 미 증시를 짓눌렀던 주가 거품은 최근의 급락으로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것이다.S&P500지수는 현재 내년 실적 전망치에 비해 16배(주가수익비율·PER 기준)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최근 수 십년간의 PER(주가수익비율)와 비교하면 평균 수준에 불과하다.

또 10년물 미 국채 가격은 44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증시 침체와 미 경제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BAA등급 회사채와 미 국채 수익률의 격차(스프레드)는 지난 10일 현재 3.9%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미 국채 가격이 회사채에 비해 3.9%포인트 가량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는 통상주가도 바닥을 치고 올랐었다.

<그래프 참조>

또 그동안 미 주가는 기업들이 실적 예상치를 발표하는 동안에는 급락했다가 실적 발표 시기에는 반등해왔다. 예상치가 나올 때는 실망 매물이 나왔으나 막상 실적이 나올 때쯤에는 실적 악화가 주가에 미리 반영됐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강세를 보였던 것.이번 주 부터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표 참조>

그러나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와 같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여전히 미 경제와 증시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로치는 미 경제가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수석 전략가인 토비아스 레브코비치는 "미국 소비 둔화와 일본 은행권의 몰락, 유럽경제의 위축 가능성 등으로 인해 주가는 언제든지 급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여전히 미국·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같은 악재들이 소멸되지 않고 있다"며 "미 주가가 단기간에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상승 추세로 돌아섰는 지 여부를 논하기는 이른 편"이라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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