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여파 印尼 경제불안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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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에서 발생한 테러사태로 인도네시아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5년 만에 가까스로 회복단계에 들어서고 있던 인도네시아 경제가 이번 테러사태로 또다시 주저앉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5일 발리 테러로 인해 인도네시아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같은 경제위기가 다른 동남아 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발리 테러 직후인 14일(현지시간) 개장된 자카르타 증시의 주가지수는 10% 가량 떨어지며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15일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와 태국도 14일 각각 주가가 1.2%와 2%씩 떨어졌다.

환율 역시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주 말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환율은 달러당 9천10루피아를 기록했으나 14일엔 9천3백루피아를 넘어섰다.

환율의 급등으로 인도네시아는 현재 1천3백12억달러에 이르는 외채를 갚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테러 이전부터 인도네시아 경제는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지난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소비수요의 둔화로 인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목표했던 4%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발리 테러로 인해 관광객 수와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납기일에 대한 우려로 인해 수출 주문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변국에 대한 위기 확산의 우려도 심각하다. 2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는 지리적으로 주요 해로에 걸쳐 있어 인접국들에 영향을 주기가 쉽다.

인도네시아는 또 액화천연가스(LNG)의 최대 수출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한 유일한 동아시아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과 일본·유럽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와 인근 동남아 국가들을 테러의 온상으로 인식을 굳히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이 지역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스탠더드 차타드뱅크의 수석 분석가 스티브 브라이슨은 "이번 사건은 동남아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부각시켰다"며 "국제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된 중국과 한국·대만 등 동북아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지역분석 전문가 송셍원도 "만약 추가 테러가 발생할 경우에는 같은 이슬람권인 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지에서 연쇄적인 자금이탈 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을 넘어 태국과 말레이시아까지 위기가 확산되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 다음 타깃은 싱가포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발리 테러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은 분야는 인도네시아 GDP의 4%를 차지하고 있는 관광산업이다.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태국을 비롯한 인근 국가들도 주요 외화소득원인 관광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덴파사르(발리)·서울=강찬호·이가영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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