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은 희귀 철새 중간 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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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해안 갯벌이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도요새와 물떼새들에게 중요한 중간기착 쉼터임이 확인됐다.

국립환경연구원이 1993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에 찾아오는 갯벌 철새들을 10년 동안 조사한 결과다.

강화도·영종도·남양만·아산만,그리고 금강·만경강·동진강 하구 등 일곱 곳을 표본으로 한 조사에서 도요·물떼새는 봄철 17만3천∼41만마리, 가을철에는 9만9천∼24만4천마리가 날아들고 있음이 확인됐다.

동아시아∼대양주 1만㎞를 여행하는 전체 개체수의 5.5(가을)∼9.3%(봄철)다. 가을에는 시베리아 등지에서 월동장소인 호주·뉴질랜드·필리핀·인도네시아 등으로, 봄에는 거꾸로 번식지인 중국동북부·시베리아·알래스카 등으로 이동하면서 이곳에 들러 풍부한 영양과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기착하는 지역은 만경강·동진강 하구로 나타났다.바로 새만금 간척사업 대상지다.

봄철에는 6만∼24만마리가, 가을철에는 5만∼14만마리가 두 하구를 찾는다. 특히 세계적으로 4천∼6천마리에 불과한 넓적부리도요가 50∼2백마리씩 찾아와 진풍경을 연출한다.

이어 아산만(7만9천마리)·남양만(6만7천마리)·강화도(3만9천마리)와 금강·영종도(각 3만7천마리) 순이다.

서해안 갯벌을 찾는 50종의 도요·물떼새 중에는 전 세계에 1천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청다리도요사촌이 60∼1백50마리 정도 관찰돼 주목을 끈다. 사할린의 번식지를 빼고는 가장 많은 숫자인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우리의 서해안이 유럽의 북해 연안, 남미 아마존강 하구와 함께 세계 3대 갯벌로 꼽히는 이유가 다시 입증된 것이다.

문제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전북 군산의 옥구염전이 내년에 폐쇄(예정)되는 등 이들의 서식환경이 이리저리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봄에 2만마리 이상, 가을에 1만마리 이상 갯벌 철새가 찾아들던 남양만 지역은 경기도 화성의 화옹지구 방조제가 완공된 올 봄 1만2천마리, 이번 가을 5천7백마리로 줄어들었다.

연구원 관계자는 "갯벌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최상위를 차지하는 도요·물떼새는 개발사업으로 환경이 바뀔 경우 도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중국·러시아·호주 등과 공동연구를 통해 철새 이동경로 파악과 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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