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북·미관계 놓고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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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북·미 관계 개선 논의를 위한) 9·19 합의정신으로 돌아가서 북·미 간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북한은 한마디로 믿을 수 없다. 이중적 행동을 하고 있다. 유화정책은 현재로선 어렵다.”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왼쪽)이 3일 국회를 방문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형수 기자]

방한 중인 아인혼 조정관과 민주당 박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북·미 관계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당초 아인혼 조정관은 정세균 대표와 만날 예정이었으나 정 대표가 사퇴하는 바람에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원내대표와 만났다. 박 원내대표는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김대중 정부 때 남북 정상회담 밀사 역할을 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제재가 능사가 아니다”고 했지만 아인혼 조정관은 “북한은 제재가 필요하다”고 맞섰다고 한다. 아인혼 조정관은 “제재는 협상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협상을 위해서는 진실한 협상파트너가 필요한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진실한 파트너로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고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길 가장 바라는 사람이 김 위원장”이라며 “김 위원장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을 때 북·미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가 거듭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것을 제의했지만 아인혼 조정관은 “북한이 두 번의 핵실험과 수차례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사가 있다고 보긴 매우 어렵다”고 맞받았다.

면담에서 아인혼 조정관은 박 원내대표의 북·중 관계 발언에 대해선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가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경제적 제재와 압박의 방법을 사용한다면 중국이 이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을 얻기 힘들다고 본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의 정책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 상황”이라고 지적하자 아인혼 조정관은 “흥미로운 시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글=신용호·백일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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