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법원 행정에 재판 업무까지 더하게 되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하더군요.(웃음) 실제로는 관례 때문에 재판 업무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법원장이 많습니다. 판사 본연의 업무를 못하니 허전함이 크지요.”
구 원장도 대전고법원장으로 있던 지난해부터 재판 업무 복귀를 꿈꿨다. 마침 최근 법원 인사에서 서울고법 부장판사 숫자가 한 명 줄자 자신이 자연스럽게 그 빈자리를 메우기로 한 것이다. 대신 서면 위주로 진행돼 비교적 부담이 적은 항고 사건을 맡을 생각이다. 법원장 업무와 병행하기 위해서다.
“재판을 하게 되면 판사들과의 의사 소통도 더 원활해져 법원장 업무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재판 통계를 갖고 독려하는 것보다 제가 열심히 재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고요.”
구 원장은 “재판이 오랜만이라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한 뒤 “판사들의 일손을 덜어주려던 것인데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울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구희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