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가 흘러 더 따스한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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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어느 소설가는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비틀스를 좋아하는 사람과 비틀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아이 엠 샘'은 비틀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두 배의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다. 전편에 걸쳐 흐르는 비틀스의 음악과 비틀스에 관련된 대사는 주인공 샘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샘은 비틀스의 열렬한 팬이다. 딸의 이름을 비틀스의 히트곡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 '루시 다이아몬드 도슨'이라고 짓는 별난 아빠다. 법정에 서야 하는 등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도 그는 과거 비틀스 멤버들이 어떻게 했느냐를 나름대로 해석하며 위안을 얻는다.

아빠의 영향을 받아 루시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 양육권 소송을 위해 만난 변호사 이름이 리타라는 아빠의 말에 이 어린 소녀는 금세 1967년에 발표된 '사랑스러운 리타(Lovely Rita)'냐고 묻는다. 한편 69년에 나온 '애비 로드' 앨범의 재킷을 패러디해 샘이 친구들과 함께 풍선을 든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은 비틀스 팬들에게 감독이 선사하는 보너스다.

이 영화의 OST는 새러 맥러클런·셰릴 크로 등의 유명 가수들이 비틀스에게 바치는 헌정앨범 형식으로 기획됐다. 대부분의 노래들이 부녀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에 맞춰 흐른다. 샘과 루시가 자기 전 동화책을 읽는 장면에서 흐르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나 루시가 한밤중에 양부모 집을 몰래 빠져나와 샘과 공원에서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대목의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Strawberry Fields Forever)'등 말 그대로 주옥같은 명곡들이 영화를 빛내준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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