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술도 음식" 식탁예절로 다뤄 美, 만취 손님 있으면 주인 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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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선진국의 음주(飮酒)문화는 '취하기'보다 '즐기기'가 특징이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선 술을 식탁에 놓인 또 하나의 음식으로 취급한다. 가정에 손님을 초대하면 식전주(食前酒)로 시작해 각종 음식과 와인을 즐긴 뒤, 코냑으로 마무리할 때까지 코스에 맞춰 5∼6가지의 술을 함께 마신다. 하지만 취하거나 주정하는 사람은 없다.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고경희 교수는 "프랑스 사람들은 술을 음식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은 식탁 예절에서 벗어나는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맥주를 즐겨 마시는 독일인들은 술잔을 돌리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술을 따라주고 강권하는 일도 없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만 마시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맥주 한잔을 앞에 놓고 안주도 없이 홀짝홀짝 마시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술이 아니라 음료수를 마시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미국의 술집에는 주(州)정부 알콜 통제국에서 나온 검사관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미성년자를 출입시키거나 만취한 손님이 있는 사실이 검사관에게 발각되면 술집 주인은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그러니 주인들은 취한 손님에게 술을 팔지 않고 귀가를 종용한다. 취객이 말을 듣지 않으면 쫓아내고 한동안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도 내린다.

덜 취하기 위해 술에 물을 타 마시는 일본의 '미즈와리' 음주법도 한국인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잔을 돌리지 않으며 상대방에게 억지로 권하지 않는 것은 중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단 잔에 술이 남은 상태에서 더 따르는 첨잔은 한다. 중국에 진출한 건축 자재업자 김모(40)씨는 "현지 기업인에게 잔을 돌렸다가 '각자 자기 잔으로 마시자'고 하는 바람에 무안을 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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