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만두 팔아 이웃 도와 퇴근후 선행하는 서울 노유2동사무소 김대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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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손발을 움직이기 힘든데도 밝게 웃는 장애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새 힘을 얻어요. 아내와 함께 이 일을 계속 해나갈 생각입니다."

서울 광진구 노유2동 동사무소 기능직 공무원 김대석(39)씨는 7년째 퇴근 후 만두와 어묵을 팔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金씨는 쌀·라면 등을 사 끼니를 잇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전달하거나,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가 정기적으로 후원해주고 있는 사람은 10여명.

金씨는 사무실 직원들이 하나 둘 퇴근을 준비하는 오후 6시면 바빠지기 시작한다. 업무 시간에 행정차량을 몰며 봐둔 폐휴지와 빈 박스를 수거하러 관내 구멍가게와 수퍼마켓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4년 전 오토바이 한 대를 장만했다. 폐품 수거를 끝내는 오후 11시쯤이면 자신의 자가용을 팔아 마련한 화물트럭을 몰고 나가 오전 3시까지 만두와 어묵을 판다.

1996년 어느날 퇴근길에 그는 지체장애인 모자가 신문 종이와 박스를 리어카에 가득 싣고 힘겹게 고물상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이후 그는 두 사람을 돕기 위해 폐품 수거와 만두 장사를 시작했다.

재활용 업체는 1t 단위로 폐품을 산다. 때문에 이 양을 모으기 위해선 꼬박 열흘 동안 뛰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한번도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매주 일요일 동사무소 근처에 있는 노인정을 찾아 손수 빚은 만두를 어른들에게 대접한다.

충북 음성군에 있는 복지시설의 장애아 네명의 후원자 역할도 하고 있다.

김필규 기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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