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벌써 끝나나" 고개 드는 경기하강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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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국내 경기가 상승 국면을 1년 정도로 짧게 마무리하고 이미 하강국면에 들어선 것 같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가 벌써 단기정점을 지났다는 얘기다. 내수와 건설이 경기를 계속 이끌기에는 힘겨운 상황에서 하반기부턴 수출과 투자가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일본 등 해외경제의 불안으로 수출회복이 더디고 투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는 '더블딥'(반짝 상승 뒤 다시 침체)에 빠지지는 않고 완만한 하향조정 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께부터 재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니 순환 가능성=하나경제연구소는 7일 '경기의 미니 순환 가능성'이란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는 지난해 8월을 저점으로 회복세를 이어왔지만 올 6월 이후 하락세로 반전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하강국면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현재 경기는 순환기간이 상승 1년에 하강 1년을 합쳐 2년주기의 '미니 순환'형태를 띤다. 지금까지 국내경기의 평균 순환주기가 4년3개월(상승 33개월,하강 18개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절반도 안되는 기간이다.

<그래프 참조>

보고서를 낸 곽영훈 연구위원은 "경기가 완만한 하강국면을 거친 후 내년 하반기께 세계 경제가 안정을 되찾으면 다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증권 이철순 연구위원도 '감속성장이 예상되는 한국경제'란 보고서에서 "최근 정부의 가계 대출 억제와 증시침체 등으로 내수 확대가 한계에 달한 가운데 수출 역시 세계 경제의 불안으로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올 4분기부터 경기 둔화가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경기착륙 논쟁=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신용버블과 수출둔화가 예상보다 빠르다"면서 "연말 대통령선거에 따른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경기가 경착륙할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이에 비해 CSFB는 "한국은 내수가 아직 탄탄한 편이고 수출도 중국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어 연착륙의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내 경기가 여전히 상승흐름 속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성태 한은 부총재보는 "6월부터 경기흐름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월드컵과 자동차노조의 파업 등 불규칙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본다"면서 "8월 들어 실물지표들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경기하강을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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