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실한 2·3차 협력사, 1차 협력사로 전환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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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1차 협력업체 수를 늘리고 지원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도 이미 강도 높은 상생경영 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현대·기아자동차와 SK·LG 등도 차별화된 중소기업 협력방안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1차 협력업체 확대 추진=삼성전자 감사팀이 최근 한 달 넘게 상생협력센터 경영진단을 실시한 결과 2, 3차 협력업체 중 상당수로부터 “1차 협력업체가 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1, 2, 3차 협력업체 80곳으로부터 여러 의견을 듣는 과정이었다. 1차 협력업체는 되지 못해도 그들처럼 현금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 3차 협력업체 중 건실한 곳을 1차 협력업체로 돌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다만 2, 3차 협력업체 간 거래에 개입할 경우 경영 간섭 등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개선 방안을 시행할 경우 일부 1차 협력업체들이 재하도급 관계를 빌미로 2차 업체의 기술이나 인력을 빼오는 등의 부작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상생경영 초점은 1차 협력업체들에 집중돼 있었다. 1차 협력업체가 되면 납품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해주는 것은 물론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공동 진행해 기술이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삼성전자가 해외에 생산기지를 지으면 자금 지원 등을 통해 1차 협력사들과 동반 진출도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 3차 협력업체들 간의 상생이 돼야 진정한 대·중소기업 상생이 가능하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상생 고심하는 재계=재계 2위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 확대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그룹 관계자와 1, 2차 부품 협력사 대표 등 250여 명이 참석해 ‘상생협력 세미나’를 열어 협력업체 지원 강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그간 회사와 1차 협력사 사이에만 상생협의체가 만들어져 있었지만, 이번에 1, 2차 협력사 간의 협의체도 구성됐다.

SK는 2, 3차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 관계자는 “이미 2008년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 선포식’을 통해 1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2, 3차 업체에도 상생협력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1차 협력업체에 상생협력 의무를 명문화했다. 이를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협력업체들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한 상생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원을 투자하고, 연초 계획보다 50% 많은 1만500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1차 협력업체 상대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2~4차 협력업체로 확대한다. 2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펀드를 운용해 2~4차 협력업체에 저리로 대출하기로 했다. 또 저신용 영세사업자 등을 위한 미소금융을 경남 창원 등으로 확대한다.

김선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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