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 복원구간 "해당화 군락지 1만평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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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달 18일 남북에서 동시에 착공된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공사 지역에서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생태계와 지형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과거의 철도와 도로를 그대로 연결하려는 남북 당국의 계획을 재고해 이들 생태계와 지형을 보존할 수 있도록 노선을 새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철도청이 구성한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공사 환경생태공동조사단(단장 金貴坤 서울대 교수) 조사위원 15명이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이곳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을 실사한 결과 대규모 해당화 군락지·사구(砂丘·모래언덕)·석호(潟湖·해안 호수)·습지·동식물 등 특이한 생태계와 지형이 잘 보존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이 지난달 27일 확인한 해당화 군락은 통일전망대 북쪽 해안의 과거 철도 노반과 해안 사이에 있는 사구지역에 남북 방향으로 길이 약 1㎞, 폭 50m 크기(약 1만여평)로 펼쳐져 있으며, 갯그령·갯방풍 등 해안사구 특유의 식물들도 함께 서식하고 있다.

또 조사지역인 동해안 민통선·비무장지대 세곳에서는 하천·해안습지도 발견됐다.

이곳 습지는 50년간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서 과거 논이나 산간 계곡이었던 곳이 바뀐 곳으로, 갈대·줄·달뿌리풀 등과 함께 오리나무·버드나무가 자라는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이들 희귀 생태계와 지형이 복원 예정인 철도와 도로에 인접해 있어 보존 대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조사단장인 金교수는 "이곳은 지난 50년 동안 자연상태 그대로 보존돼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비무장지대 생태계의 일부"라며 "남북한이 공동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자원을 조사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도로와 철도는 예정 노선보다 내륙 쪽으로 더 옮겨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남한지역의 해당화군락지·사구·습지 등은 물론 북한지역에 있는 둘레 3㎞의 소규모 석호인 '감호'를 따라 통과하도록 남북이 합의한 철도·도로 노선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주장은 국토관리청이나 철도청 등에서 잠정 결정한 도로·철도 노선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로의 선형과 작업의 편리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철도청 등에서는 통일전망대 남쪽까지는 지금의 7번 국도 위에 철도를 건설하고 통일전망대 북쪽에서는 해안을 따라 남아 있는 과거 철도 노반 위에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 동해선 도로는 철도와 나란히 건설하되 통일전망대 부근에서는 서쪽으로 떨어졌다가 비무장지대에서 다시 철도와 만나도록 노선이 잠정 결정된 상태다.

철도청 관계자는 "이달 안에 철도·도로 노선과 출입관리시설의 위치 등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며 "구간별로 공사와 생태조사를 순차적으로 실시해 이를 도로·교량 등 구조물 설치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완전한 생태조사가 끝나기 전이라도 노선을 정하고 공사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단의 조도순(曺度純)가톨릭대 교수는 "사업의 편의성만 따져 공사를 진행한다면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비무장지대 생태계는 곳곳에서 단절되고 말 것"이라며 "충분한 사전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사단은 생태계 훼손을 줄이기 위해 ▶폭파 위주의 지뢰제거 방법을 개선하고▶철도·도로 아래에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토록 하며▶도로를 왕복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환경부 환경평가과 관계자는 "해당화 군락 보전을 위해 철도 공사시 훼손되지 않도록 노선을 변경토록 하거나 적어도 공사시 보호벽을 설치한 뒤 공사를 실시토록 철도청 측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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